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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dward's Writer's Life

마흔을 바라보며, '조급함'이라는 엔진을 끄기로 했다

Edward.L 2026. 8. 11. 09:3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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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제, 정말 오랜만에(햇수로 따지면 3년 만에)아는 형을 만났다. 자주 연락하던 사이도 아니었는데, 오랜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우리는 예전 그 온도 그대로 마주 앉아 술을 마셨다.

사는 얘기, 일 얘기, 시답잖은 농담들.

취기가 살짝 오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오락실로 향했고, 야구 배트를 휘두르고 펀치 기계를 두드리며 이십 대 시절처럼 낄낄댔다.

그런데 오늘, 오른손이 욱신거린다.

별것 아닌 장난이었는데 몸은 그새 그때와 달라져 있었다.

이제는 어릴 때처럼 몸을 함부로 굴려서는 안 된다는, 새삼스럽지만 새삼스럽지 않은 교훈을 다시 얻었다.

오랜만에 만난 형

어느새 노후를 이야기하는 나이

술이 두어 잔 더 들어가자 대화는 자연스럽게 '이후'로 흘렀다.

형도 노후를 걱정하고 있었다.

나 역시 어느 순간부터 은퇴라는 단어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.

50대 초반이면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도 물러나야 할 시점이 다가올 텐데, 그다음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그런 이야기를 안주 삼아 나눴다.

나는 요즘 ISMS-P 인증심사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고, 형은 조경 일을 배워볼까 고민 중이라고 했다.

방향은 서로 다르지만, 결국 우리는 같은 질문 앞에 서 있었다.

지금의 일이 끝난 뒤에도, 나는 나로서 무언가를 할 수 있을까.

AI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.

시니어일수록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, 어떤 결과물을 원하는지 감이 있어서 AI를 도구로 쓰기가 오히려 수월하다는 우리끼리 나눈 생각이었다.

반대로 주니어들은 그 방향성 자체가 아직 낯설어서 같은 도구를 쥐고도 더 헤맬 수 있겠다는 이야기.

정답은 아니었겠지만, 경험이 쌓인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보게 하는 대화였다.

조급함이라는 엔진

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.

나는 지금껏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자산을 모으고,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을 엔진처럼 달고 살아왔던 것 같다고. IT 보안 공부도, 투자도,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돌이켜보면 그 밑바탕엔 늘 '뒤처지면 안 된다'는 초조함이 깔려 있었다.

그런데 어제, 나보다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본 형과 마주 앉아 노후를 걱정하고, 아픈 손을 웃으며 확인하고 문득 그 엔진을 꺼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
인생은 어차피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.

물론 나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.

ISMS-P 준비도, 읽고 쓰는 습관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.

다만 그 속도를 정하는 기준이 '남들보다 빨리'에서 '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'으로 조용히 옮겨가고 있다.

작은 루틴이 쥐여주는 주도권

내가 5년째 지속하고 있는 아주 사소한 루틴 하나다.

매일 아침 출퇴근 시간에 전자책을 차에서 듣는다는 것.

대단할 것 없는 시간이지만, 이상하게도 하루 중 가장 또렷하게 '내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'고 느껴지는 순간이다.

성과도, 노후 준비도, 회사에서의 자리도 결국 크게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투성이다.

하지만 출퇴근 시간만큼은 온전히 내가 선택하고, 내가 완성하는 시간이다.

어쩌면 조급함을 끄고 난 자리에 남는 건, 이런 작은 루틴들이 쌓여 만드는 하루하루가 아닐까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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